사회적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 : 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

단행본
2022
Author
icooprekr
Date
2022-11-22 09:56
Views
1310

사회적경제, 풀부리로부터의 혁신

퀘백 사회적경제 이야기

지은이 : 냄시 님탄 / 옮김이 : 홍기빈

펴낸이 : 한금희 / 펴낸 곳 :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 펴낸 날 : 20220621

판형 : 무선제본(150*220) / 쪽수 : 352/ 가격 : 20,000

 

<책 소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어디를 지나왔는지를 따져보아라.”

- ‘후기’ 중에서

사회적경제는 누가, 어떻게, 누구를 위해 만들어왔을까?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더구나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오며 성공적인 경험을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더욱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샹티에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퀘벡에서 지난 30년 동안 사회적경제 운동가들이 실천한 다양한 사회혁신을 다루고 있다. 다른 모든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도 그것이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퀘벡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사회적경제를 향한 신념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렬하게 실천했던 그들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활공동체부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신자유주의 경제와는 다른 또 하나의 경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관한 법을 만들고 많은 협동조합이 단기간에 설립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많은 여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퀘벡의 사회적경제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점검하면서 이것을 현실 속에 구현하나가는 지난한 여정을 따뜻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낸니 님탄님의 이야기는 이러한 활동가들에게 진한 울림을 줄 것이다. 그들의 경험에서 배움을 발견하고 우리의 실천을 성찰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길을 찾이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2021년 서울에서 열린 ICA 총회의 주된 메시지는 연대와 혁신을 통해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 책에서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날 수 있다.

<저자 소개> 낸시 님탄 Nancy Neamtan

1996년부터 2013년까지 샹티에사회적경제(Chantier de l'écon-omie sociale)의 이사장이자 최고경영자로 일하면서, 샹티에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모여 대화하고 토론하며 조정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는 데 기여했다. 또한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의 설립자 중 한 명으로 GSEF가 사회적경제운동의 허브로 성장하도록 도왔다. 1995년에는 여성의 빈곤을 해결하고 권리를 찾기 위한 대규모 거리 시위 ‘빵과 장미의 행진’을 주도했다. 이 시위는 캐나다에서 사회적경제가 부각되고 확산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18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라이프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운동을 ‘경제의 기본을 회복시켜 사회 구성원들이 존엄성을 찾고 각자의 몫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변혁운동이자 민주화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신념으로 오랫동안 퀘벡 지역 사회·경제 개발, 사회적경제 및 사회적금융, 사회혁신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열정과 전문성은 퀘벡과 국제사회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퀘벡훈장과 캐나다훈장, 2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이 소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대안적 사회경제 시스템을 모색하는 연구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소유는 춤춘다》 《자본주의》 《코로나 사피엔스》(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카를 마르크스》, 니얼 퍼거슨 《재앙의 정치학》, G. D. H. 콜 《로버트 오언》,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 경제학》 등이 있다. 현재 유튜브 ‘홍기빈 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차례>

[추천사1] 폴린 마루아(퀘벡 주지사, 2012~2014)

[추천사2] 폴 마틴(캐나다 수상, 2003~2006)

[추천사3] 송경용(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서문] 낸시 님탄

[한국어판 서문] 마르게리트 멘델

 

 1장(1983~1989) 정체성 선택

- 스스로를 공동체 경제발전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로 정의하라

- 배경: 실업률 폭등과 사회적 배제

- 몬트리올 남서부에서 벌어졌던 마을경제개발운동의 짧은 역사

- 쟁점과 교훈: 필요했지만 어려웠던 논쟁들

 

 2장(1989~1996) 개발 전략 컨설팅

- 경제발전의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

- 배경:지속적인 빈곤과 실업에 맞서 마을과 공동체가 일어서다

- 몬트리올 남서부의 간략한 역사

- 쟁점과 교훈

 

 3장(1996) ‘대표자회의’를 향하여

- 사회적경제라는 아기에게 이가 돋다

- 배경: 독특한 맥락에서의 예외적 사건

- 사회적경제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떠안다: 새로운 종류의 파트너십

- 쟁점과 교훈

 

 4장(1996~2004) 공동체에 기초한 집단행동

-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추동력

- 배경: 계속되는 경제의 침체

- 짧은 역사: 21세기 초 운동 형성의 동력

- 모든 방면에서 문제 제기와 논쟁이 시작되다

- 국제적 네트워킹과 사회연대경제

- 쟁점과 교훈

 

 5장(2004~2015) 깊게 뿌리를 내린 사회운동은 엄혹한 시기에도 튼튼히 버텨낸다

- 몇 가지 배경

- 짧은 역사

- 쟁점과 교훈

 

 6장 에필로그

-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미래에 닥쳐올 문제들

 

부록

- 후기/패트리크 뒤귀에

- 감사의 말

- 해제 : 퀘벡 사회적경제를 보며 우리 사회적경제의 ‘성장통’을 진단한다 / 홍기빈

 

<내용 : 본문 맛보기>

지난 몇 십 년간 사회적경제의 역사는 실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며, 나 개인적으로는 이 운동에 30년 이상 몸담으면서 그 이야기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이 30년 동안 퀘벡의 사회적경제가 어떤 발전을 이루었는지를 다룬 연구서가 여러 권 나와 있지만, 이런 책들은 엄밀한 학술 서적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협동과 집단이라는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이루는 대안적인 접근법을 구축해보겠다고 현장에 뿌리를 박고 땀을 흘린 활동가들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활동가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난 30년의 발전 과정은 한 줄로 쭉 뻗어나가는 단선적인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 이 운동을 구축하는 데에 몸을 던진 그 많은 개인 및 단체들마다 무수한 사연과 일화가 넘쳐난다.

서문중에서, 16

퀘벡 ‘모델’은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또 정부와의 지속적인 대화 및 협력 관계를 기초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굉장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더욱 포용적이며 더욱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꿈꾸는 여러 공동체들의 필요와 열망에 이렇게 사회적경제가 호응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퀘벡 모델이야말로 많은 면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중에서, 18

이 기간에 우리의 모든 사회 혁신은 실천을 통해 혹은 ‘해보면서 배운다’는 식으로 얻은 여러 지혜에 기초한 것들이었다. 정부에서 내놓은 프로그램들은 엄격한 규제에 묶여 있었지만 이는 현실에서 빈곤과 배제를 경험하는 이들의 삶의 경험과 큰 간극이 있었고 이 때문에 마을과 지역의 활동가들은 사회경제적 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다른 방식들을 상상하고 생각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전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고, 그러니 온갖 갈등과 논쟁이 생겨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과 갈등 속에서 일련의 자발적 프로젝트들이 나타났고, 그중 많은 것이 이후 여러 실천과 정책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은 지역과 마을을 넘어 더 크게 확장되기도 했다.

정체성 선택중에서, 48

퀘벡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마을경제개발 프로젝트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 요소의 하나는, 우리가 경제학 이론이나 정부 정책에 기대는 대신 그러한 ‘땅 위의 현실’을 이해하는 것에 기반을 두었던 점이다. 일자리가 없는 이들의 실제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단체와 조직을 꾸려내고, 작은 사업체들, 지역의 회사들과 지역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만나 조직하는 작업이었다. 이들의 현실을 깊이 알게 된 덕분에 ‘푸앵트생샤를 경제 프로그램’과 여타 ‘지역경제개발공기업’들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효과적 전략들을 개발할 수 있었으며, 포용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개발을 놓고 마을 차원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쟁점들과 염려들에 직접 대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아래에서 위로의 전략은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이 명령하는 위에서 아래로의 접근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당시 우리는 우리가 하던 일을 ‘상식’이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이것이 ‘사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정체성 선택중에서, 61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직접적인 원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생각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의 존재였다. 이는 사회 혁신이란 개인 행동이 아니라 집단적 과정이며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의견의 숙의와 협력collaboration을 위한 공간은 여러 접근법의 통합을 이끌었다.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활동가 및 행위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우리의 마을 재생 노력이 부딪혔던 여러 도전들에 혁신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

개발전략컨설팅: 경제발전의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중에서, 94

지역에서의 일자리 창출, 지역 주민들이 대기업으로부터 하청을 따낸 일, 공동체 기업의 창업 등이 모두 이러한 창조적 긴장의 긍정적 결과물들이었다. 이러한 긴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장애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으로 삼았던 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뭉쳐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들을 조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이라는 것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업체가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던 것, 이것이 그로부터 몇 년 후 사회적경제가 일어나게 된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다.

개발전략컨설팅: 경제발전의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중에서, 100

집단적 사업체들과 단체들은 그들 사이의 차이보다는 공통의 목적에 기초하여 좀 더 큰 비전에 합의했고, 이 때문에 자신들 작업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일도 또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일도 가능했다. 사회적경제라는 큰 우산을 무수히 많은 네트워크들이 함께 지지하고 나아가기로 합의했고, 단일 부문 네트워크나 지역 네트워크에서는 결코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들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대표자 회의를 향하여: 사회적경제라는 아기에게 이가 돋다중에서, 126

이 길은 쭉 뻗지도 순탄지도 않았다.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는 정치 담론과 공론장에서 무수한 논쟁들을 불러일으켰고,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이를 공공연히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걸고자 하려던 열망이 식어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도전에 즉각 행동한 경네트워크도 있었지만, 사회적경제라는 간판을 내거는 것에 동의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 조직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이 논쟁들이 공공연하게 아주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기도 했다. 여러 사업체들 및 네트워크들이 모여서 사회적경제라는 공동의 정체성에 기초한 단일의 운동을 구축하고 스스로를 공공연히 그 일부라고 내세울 만큼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비판적 대중들 앞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논쟁과 설득과 홍보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사회적경제는 결코 전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표자 회의를 향하여: 사회적경제라는 아기에게 이가 돋다중에서, 127

이러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접근법을 통하여 사회적경제를 인지하는 공공기관의 방식도 서서히 바뀌었고,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각급 정부들과 상호 인정 속에서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의 조치들 중 우리의 제안에서 비롯되지 않은 것은 정말로 드물다. 물론 그 결과물들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그러한 진보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1996년의 ‘대표자회의’의 경험은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에 열려 있기만 한다면, 정부와 사회적경제의 공동 구축으로 여러 제안들을 결합하는 긍정적인 접근법이야말로 성공 전략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표자 회의를 향하여: 사회적경제라는 아기에게 이가 돋다중에서, 130

단순히 집단적 사업체들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목적을 지향하는 사회적경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한 결정적인 것 하나는 경제발전이라는 목표에서 나오는 매일매일의 일상적 문제들과 경제민주화 및 사회 변화라는 장기적 비전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결코 사업가 혹은 경제발전의 참여자로 여기지 않았을 법한 개인, 단체, 운동 들을 동원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오래된 구호인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지역과 마을 차원에서 행동하라’는 말을 실천적으로 적용한 덕분이었다.

공동체에 기초한 집단행동: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추동력중에서. 187

우리의 실천을 분석하고 체계화함으로써 활동가들은 자기들 스스로의 프로젝트가 성공 혹은 실패한 요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도 이 활동가들의 역할이 얼마나 절실히 중요한 것인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이는 퀘벡에서 벌어진 새로운 실천과 혁신에도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연구의 양과 질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경제는 이제 대학 내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또 경영대학에서도 하나의 주요한 연구 분야가 되었다. 이렇게 대학의 교육 과정에 사회적경제가 포함된 일은 새로운 혁신의 물결과 사회적경제가 생기를 되찾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공동체에 기초한 집단행동: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추동력중에서. 190

분명히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샹티에’는 사회적경제운동의 통제하에 취지에 복무할 수 있는 금융 도구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이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금융 부문의 전통과 과감하게 절연했다. ‘샹티에’는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출발하기보다는 사업체들의 필요 분석에 기초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사업체들을 위한 벤처자본 형태를 띤 ‘인내자본’을 창출하자는 것이 아이디어였다. 많은 이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여겼다. 하지만 한번 따져보라. 벤처자본이란 그 본성상 ‘인내’를 특징으로 한다. 이는 투자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더욱이 사회적경제 사업체들의 설립 원칙 자체가 자본보다 사람을 우선한다는 것이므로, 투자 행위를 통해서 투자자가 그 사업체에 대해 직접으로든 간접으로든 통제권을 쥘 수도 없다. 이러한 사업체는 민주적인 경영의 여지를 분명하게 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깊게 뿌리를 내린 사회운동은 엄혹한 시기에도 튼튼히 버텨낸다중에서, 221

‘샹티에’는 이렇게 스스로를 만남의 지점 혹은 교차로, 즉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라고 규정했을 뿐 이 운동을 홀로 대표하는 유일의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샹티에’가 행했던 여러 개입과 또 사회적경제의 대표로서 행했던 여러 작업들은 현장에서 표출된 여러 필요와 열망을 종합한 것에 항상 뿌리를 두고 있었으며, 중앙 차원에서 그 우선순위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없었다.

깊게 뿌리를 내린 사회운동은 엄혹한 시기에도 튼튼히 버텨낸다중에서, 265

일단 제도로서 인정을 얻게 되면 거기에 ‘안주하며 타성에 젖’는 유혹이 아주 강력해지는데, ‘샹티에’와 그 파트너들 또한 이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샹티에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결정이 내려지고 ‘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우선권을 주면서 파트너의 범위를 넓히며 새로운 도전들을 받아들이고 훨씬 더 까다로운 혁신의 과정을 떠맡는 등은 모두 이러한 제도화의 부정적 충격을 막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제도화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영구적으로 스스로를 쇄신해야 할 운명을 지고 태어난 운동은 이 때문에 오히려 더 발전하지 못하는 부담과 장애물을 안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절대로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깊게 뿌리를 내린 사회운동은 엄혹한 시기에도 튼튼히 버텨낸다중에서, 275

이 마지막 장은 내가 20년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들을 종합하는 한편 다가오는 미래에 사회적경제운동이 부딪히게 될 주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개괄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도전들에 대해 내가 무슨 해답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인 숙의와 집단지성의 형성은 지난 세월 동안 아주 큰 효과가 있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뿐만 아니라 더욱 강화되어야만 한다. 나 또한 그러한 논의에 계속 참여하고자 하며, 이 책이 그 한 일환이 되기를 원한다.

에필로그중에서, 280

사람들을 움직여내지 못하면 사회적경제의 미래는 없다. 한마디로 딱 잘라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광범위한 행위자들의 단결과 사람들 전체의 튼튼한 지원이 없다면, 금융이 되었든 규제나 그 밖의 어떤 문제가 되었든 우리 사회적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내고 지배적인 경제학의 논리를 바꾸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시민행동 그리고 집단지성과 지혜를 통해 얻는 새로운 지식의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런 것들이 없다면 현대사회가 맞부닥뜨린 복잡한 문제들에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도, 실천을 통한 배움도, 지속적인 혁신도 불가능하다. 이런 것들은 우리의 성공에 있어서 핵심 요소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에필로그중에서, 299

이 책은 몇 사람의 이론가나 몽상가가 아니라 지난 30년 이상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사회적경제의 ‘퀘벡 모델’을 일구어낸 주역 중 한 사람의 입에서 사회적경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지, 어떤 이상과 가치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소상히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 사회적경제는 지역과 부문의 풀뿌리로부터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내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도 사회적경제는 지역과 철저하게 삶의 현장에 뿌리박도록 해야 한다. (…) 사회적경제는 이 책에서 반복되고 있듯이 개인과 사회 전체의 ‘좋은 삶’에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기 위해 사람들 스스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사회를 형성해가는 활동 전체가 그 본질이다.

<해제> 중에서